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준규 검찰총장도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그동안 총리와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인사 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면서 "위장전입에 대한 우리 사회 법의식 마비의 반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녀교육 · 재테크 위해

이귀남 후보자는 13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장남이 희망하는 고교로 배정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청파동으로 배우자와 장남이 6개월간 주소를 이전했다"고 시인했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도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부인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결혼 1년 만인 1985년 거주지가 아닌 서울 도화동 민 후보자 아버지집에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기재했다. 당시 MBC 기자로 근무했던 박 의원이 무주택자 단독세대주만 분양받을 수 있는 사원아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민 후보자 측의 설명이다. 위장전입은 앞서 국민의 정부에서는 장상 · 장대환 전 국무총리 후보자,참여 정부에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낙마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대부분 자녀교육과 재테크를 위한 방편으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돼 징역 3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해질 수 있다.

◆고발조치 미미…문제의식 희박

서울시교육청 등이 실거주 여부를 검사하고 있지만 위장전입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고교 입학과정에서 위장전입 적발 건수는 2006년 257건에서 2007년 138건으로 줄었다가 2008년 192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0학년도부터 학생 스스로 원하는 고등학교를 골라가는 '고교선택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위장전입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중학교 진학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위장전입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 3월 미국 내 위장전입이 극성을 부려 각 지역 교육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모범이 돼야 할 고위 공직자들이 위장전입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만큼 위장전입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하고 처벌도 미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가 주민등록 사항과 실제 거주사실 등을 일치시키는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2009년 2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결과 정리 건수는 10만7093건이었지만 위장전입에 대한 고발은 27건에 불과했다. "처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비등하지 않아 위장전입자를 찾아내 원상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위장전입은 사익을 위해 법질서를 교란하는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정부 차원에서 계도를 하면서 점차 단속과 처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종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