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정 유선방송 통해 김정운 실명으로 선전
참관지 해설원, 방북 인사에 '김정운 대장' 언급

북한 당국은 지난 7월께부터 북한 가정에 설치된 유선 라디오 방송인 '제3방송'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 아들 정운(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의 자질과 능력을 주민들에게 적극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운의 후계자 내정 사실이 상층 지도부 중심으로 전파되던 것이 이제는 북한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김정운 = 후계자'가 사실상 공식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던 남측의 한 인사는 한 참관지에서 해설원이 "이곳은 김정일 장군님과 김정운 청년대장 동지께서 다녀가신 곳"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직접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명승지나 사적지 등에 배치된 해설원들은 해당 참관지에 대해 종래는 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녀간 사실을 주요한 사항으로 소개해왔는데, 해설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김정운을 거명했다는 남측 인사의 방북담은 '후계자 김정운'이 사실상 공식화되고 있다는 관측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제3방송의 김정운 선전 방송과 관련, 한 대북 소식통은 13일 "북한 당국은 그동안 제3방송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를 '김 대장'으로만 호칭하다 2개월여전 부터는 평양의 제3방송에서 김정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해가며 그를 찬양하는 우상화 선전을 하고 있다"며 "평양에서는 이 방송을 통해 김정운의 '혁명 일화'도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 제3방송에서도 같은 선전방송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제3방송이 주민들에게 선전한 김정운 관련 '혁명 일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민군 '대덕산 초소' 일화.
휴전선 서부지역에 있는 이 초소는 김일성 부자가 수차례 찾았으며 북한에선 '일당백' 구호가 유래된 곳으로 알려진 곳인데 제3방송은 "이곳 군인들이 물이 없어 고생하고 있을 때 어떤 젊은이가 나타나 쇠파이프를 박고 지하수를 파내는 데 성공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정운 대장이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3방송은 또 김정운에 대한 첫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이라는 노래 가사가운데 김정운을 '김 대장'으로만 지칭하던 것을 수정해 '김정운 대장'이라고 실명을 넣어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방송은 주민통제와 사상교육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 가정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만 전달된다.

이 방송은 북한 사회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체제홍보 내용을 주로 다루며, 불법행위나 비리.비위 등을 저지른 기관과 개인 이름을 거명해 비판하기도 한다.

또 북한의 대남 관계자들은 최근 방북한 남측 인사들에게 '김정운 후계'에 관해 비교적 스스럼 없이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지난달 북한에서 만난 관계자는 후계자 김정운을 상징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조직적으로 포치(전파)되고 있다'며 이 노래의 의미에 대한 질문엔 '2∼3년 후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노래는 "척척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 식으로 김정운을 가리키는 '김 대장'이라는 표현이 매절에 들어가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월 생일을 염두에 둔 '2월의 위업 받들어' 등의 가사가 포함돼 있어 김정운 찬양가로 해석되고 있다.

역시 지난달말 방북했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관계자도 "봉사원에게 '발걸음'을 불러줄 것을 요청하자 주저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고 전하고 '후계를 암시하는 노래냐'는 질문에 다른 북측 관계자는 "맞는데, 개인적인 견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 북측 관계자는 '발걸음'에 등장하는 '김 대장'에 대해선 "김정운 청년대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확인했다는 것.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이같이 '김정운 후계자'를 굳혔으나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는 것은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께 노동당 7차 당대회 등을 통해 할 것으로 대북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장용훈 기자 chsy@yna.co.kr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