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의 양은 폭증했지만 질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입법 절차 문제점과 개선방향'공청회를 열고 "의원들의 입법 역량이 늘어나면서 제출 법안의 건수도 늘었지만 법률안의 완성도는 낮아졌다"며 "입법권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입법권 행사절차와 입법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국회법제실에 따르면 18대 국회가 개원한 후 1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는 4188건에 달했다. 17대 국회 초기 1년간 제출된 의원발의안 1347건에 비교하면 거의 3배나 늘었다. 특히 17대 때 4위에 머물렀던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관 법안이 복지 분야 관심이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568건으로 전체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의원발의안이 실제 국회에서 통과된 비율은 지난 15대 국회 60.1%,16대 53.8%,17대 46.0%,18대 19.7%로 하향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발의 법률안의 가결 비율은 정부제출 법률안에 비해서도 낮아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기원 국회법제실 행정법제심의관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거나 국민 전체의 균형적 복지와 국가재정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이 많다는 평가"라며 "의원발의 법률안의 완성도가 낮은 상태에서 의원입법이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것은 상임위원회의 법률안 심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중 회기는 정해져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법률안이 우후죽순 늘어나 심도 깊은 심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병수 법제처 기획조정관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지원하기 위한 선심성법률안이나 예산 확보를 쉽게 하려는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한다"면서 "아울러 부처 간 주도권 다툼 등으로 위원회 간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법안도 나온다"고 밝혔다. 의원 입법은 정부부처 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쉽게 제안될 수 있기 때문에 관계 부처에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의원입법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이 제시됐다. 권 심의관은 "의원입법은 입법예고를 통한 사전 여론수렴 절차가 다소 미흡하다"며 "입법예고에 관한 절차를 완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