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9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와 관련,"(북한이) 의도를 갖고 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의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측이 사고 당일인 6일 수공(水攻)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수공에 가까운 의도적 방류라고 판단할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고 발생 이후 정부는 북한의 방류가 실수나 댐의 기술적인 결함에 의한 것인지,일정한 목표를 염두에 둔 모종의 의도성이 깔린 것인지 판단을 보류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 판단이 후자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북한의 의도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각종 통신과 영상 정보자료를 분석해왔다. 현 장관의 발언도 각종 자료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그런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의도적으로 방류했다는 정부 판단의 근거는 최근의 남북관계와 사고 전후 황강댐이 있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 등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한 데 따른 판단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군 고위 관계자도 북한의 의도성 여부를 확정할 만한 징후에 대해 "딱히 그런 것이 있다기보다 여러 정황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방류했다는 정부의 판단과 관련해 겉으로 드러난 상황상 4000만t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면 하류지역은 물난리가 날 게 뻔하다는 점을 북측이 몰랐을 리 없음에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대응 취약 시간대인 새벽에 일시적으로 방류한 점도 북한의 의도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정부는 댐의 파손 등 기술적인 문제 가능성에도 주목했지만 위성사진 판독 결과 그런 흔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데다 북한 대규모 댐의 관리 자체를 군부에서 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 판단에 일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정부 판단에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고 이튿날인 7일 전통문에서 '수위가 높아져 방류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9월 들어 황강댐이 있는 토산군 일대 지역은 0.2㎜ 이하의 강수량을 보인 게 전부여서 북한의 설명이 진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명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대남 압박을 통한 남북대화와 경협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남측에서 먼저 제의해주길 바라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북한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소(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으로선 힘을 과시해 협력의 필요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이 군부 관할지역으로 군부라인에서 방류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이 지난 7일 북한의 의도성 여부에 대해 "아직은 정보가 없다"고 했다가 이날 급선회한 것도 정부가 그 사이 관련 증거를 취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고 당일인 6일 국방부가 의도된 방류에 따른 '수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 기조가 바뀐 데는 그에 합당하는 증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여러 정황에도 정부가 손에 잡히는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자칫 이번 사고가 남북관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 여전히 입장은 조심스럽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내부 단속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150일 전투가 오는 17일 끝나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유화 제스처로만 가서는 안 되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급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