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대표로 부상하나, 얼굴 마담역 그치나"
당내 뿌리약해 조정자역할 한계 지적도..험로 예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정몽준 대표 체제가 본격 출범했다.

정 최고위원은 7일 박희태 대표가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로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차점 득표자로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승계한다.

이로써 정몽준 새 대표는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혈혈단신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1년9개월만에 168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선장역을 맡게 됐다.

`정몽준 체제'의 출범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당내 `아웃사이더'였던 정 대표가 당내 양대 축인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진영간 갈등을 아우르면서 가깝게는 10월 재보선, 멀게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의 당내 위상과 존재감은 스스로 인정하듯 잠재력을 갖고 있는 `비주류 잠룡'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창출에 기여한 친이계 `주주(株主)'도 아닌 데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는 미래권력을 놓고 경쟁해야 할 입장이어서 친박계와도 긴장감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몽준 체제'의 향후 진로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정 대표로서는 친이-친박을 비롯해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는 거대 여당에서 믿을 수 있는 리더로서,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통솔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편입 속에 차기 대권경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 분명하지만 대권주자로서 혹독한 평가 과정에 진입하게 된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정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이미지를 어떻게 탈색하느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 대표측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대표직을 승계하면서 당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외면할 생각은 없다"면서 "어차피 차기 대권경쟁에 뛰어들려면 치열한 승부를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정책연구소인 `해밀을 찾는 소망'이 최근 물밑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보고 있다.

실제로 정 대표는 그동안 성공적인 당 운영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의 싱크탱크를 가동, 밑그림을 그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대표의 전면 부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당 운영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나면서 여론을 수렴하는 `열린 대표상'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복안이라는 것.
하지만 정 대표가 줄곧 공천제 개혁과 당헌.당규 개정, 당.정.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얼굴마담 대표'로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편 `정몽준 체제'가 출범하면서 일부 당직도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정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안효대 홍정욱 유정현 의원 등이 대표비서실장이나 대변인 등 당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