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MB노믹스'의 토대를 닦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을 거쳐 지난 3월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한발 물러 나 있던 그가 다시 MB 곁으로 돌아왔다. 강 위원장은 지난 1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상근 특보이지만 그는 청와대 측에 사무실을 별도로 만들 필요까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여기(국경위)에 있어야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다. 강 특보는 "경제특보는 세부적인 정책현안보다 정책기조에 대해서 조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감세와 재정확장 정책,환율 등 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본지 고광철 부국장겸 경제부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KT빌딩 12층 국경위 사무실에서 강 특보를 만났다.

-경제특보로서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특보는 세부적인 정책현안보다는 정책기조에 대한 조언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청와대 정책실장과 30년 넘게 함께 일해왔다. 협력해 경제위기 극복전략에 관해 주로 조언하고 싶다"

-어떤 위기극복 전략을 펴야 하나?

"위기극복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하면되는데 위기 이후 승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세계는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되는 세기적 생존게임(survival game)을 하고 있다. GM이 파산하고 시티그룹이 흔들리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생존전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 부담을 공공부문이 떠 안는 것이다. 감세와 지출확대 기조가 유지돼야하는 이유다.

강자가 되더라도 지속적인 강자가 되기 위해선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 그 핵심이 녹생성장이다. 정부의 R&D(연구개발)예산을 GDP의 2.5%에서 5%로 올린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국은 금융위기를 벗어났다는 평가도 있는데.

"올 상반기 성장률은 OECD국가 중 최고인 1.2%를 달성했다. 경상수지는 유사이래 최고인 217억달러 흑자를 냈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다. 하지만 환율효과와 재정효과를 빼면 위기상황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볼 수 없다. LG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환율효과를 빼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0%를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적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시간벌기(buying time)' 아닌가 생각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환율문제를 안 물어볼 수 없다. 환율주권론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환율상승은 과도하게 고평가된 원화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 경상수지가 2004년 280억달러 흑자에서 매년 반토막으로 악화돼 적자로 가는데도 원화는 일본의 3배나 절상됐다. 우리보다 2배 이상 소득이 높은 일본에 가서 골프치고 명품을 구입했고,외제 승용차와 포도주가 엄청나게 수입됐다. 올 상반기에는 유사이래 최고인 217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났고 일본관광객도 돌아왔다. 이것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겠는가. 과거 재경부 장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고 했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환율이 펀더멘털과 동떨어져 있으면 정부가 잘못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래도 쏠림이 있으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환율주권론자다"

-기획재정부 장관 때 마련한 감세정책에 대해 논란이 많다.

"경기 침체기에 민간수요를 살리기 위해서 감세를 통해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2007년 23%인데 미국의 20% 일본의 18%에 비교하면 너무 높다. 다른 선진국은 감세여력이 없어 감세를 못하는 것이다. IMF나 OECD에서도 우리의 감세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 소득세 감세가 소비와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감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OECD국가 중 우리의 경제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은 감세로 인해 소비와 투자의 감소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1990년대 감세를 포함한 재정확대정책을 쓰다가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증세로 돌아가 '잃어버린 10년'으로 갔고,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 때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증세를 포함한 긴축정책으로 전환해 침체가 길어진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도 감세정책을 비판한 적이 있다

"(신임 총리의) 경제관을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 다만 교과서 이론과 실제이론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출정책보다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에 더 효율적이라는 점은 IMF보고서에도 나온다. 감세정책의 소비 패턴을 바꾸지만 지출정책은 그렇지 못하다. 이론적으로는 지출정책이 더 효과적인데 실증적 분석을 보면 감세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감세로 인한 재정악화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의 재정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최근 경제회복 조짐이 확대되고 있으나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기존의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시대에서는 가능한 빨리 저세율 구조로 전환해야 기업 경영여건이 좋아지고 투자도 활성화된다"

--MB노믹스의 핵심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성장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친서민 · 중도실용이 강조되면서 MB노믹스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서민의 어려움과 가난의 고통을 몸으로 체험한 분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저소득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MB노믹스는 한 마디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따뜻한 시장경제'로 요약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감세,지출확대,규제완화와 함께 복지지출은 이미 27%로서 역대 정부 중 최고다"

-친서민정책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많다.

"지금은 세계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누가 특정 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겠나. 지난해에는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립과 갈등의 시각에서 벗어나 협력과 화해의 시각으로 정책의 진정성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국경위원회에서는 경제의 큰 그림보다 주로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인감제도 개선,교통신호 체계 개편,과태료 제도 합리화 등 여러가지 일을 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낭비와 비효율 요소가 많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GDP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제도와 인적 분야 등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우편번호를 소비자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 국적을 허용하고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출산문제는 심각하다. 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외 우수 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세계에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나도 백인 조카 며느리가 둘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교수도 이민정책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