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권력지도가 새 내각 구성과 10 · 28 재선거라는 변수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재오 전 의원 등 3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차기 총리로 지명되자 당내 시선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렸다. 정 총리 내정자가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친박(친 박근혜)계로서는 잠재적 라이벌이 등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개각 발표 당시 유럽 순방 중이던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귀국 직후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정 내정자는 훌륭한 분으로서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정 내정자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세종시의 원안 추진을 강조해온 박 전 대표가 정 내정자와 미묘한 입장차를 내비친 것이다.

아직은 정 내정자의 부상이 박 전 대표의 '잠행 모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입각으로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가 변화를 맞을지도 관심사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월 양산 재선거를 앞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대표직을 사퇴하면 승계 1순위인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물려받게 된다. 당내 계파 구도 속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로서는 최고의 정치적 기회를 맞는 셈이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표직을 맡으면 당내 계파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된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며 정치개혁 과제에 의욕을 보였다. 이를 위해 여러 현안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측근들을 총가동해 정책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박 대표가 사퇴하고 정 최고위원이 대표자리를 승계하면 최고위원 한 자리가 비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전국위원회 보궐선거를 통해 최고위원에 복귀할 수 있지만 친박계의 반대가 문제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친이계의 재결집이 가속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순리대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은 원활한 당 복귀를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당 복귀가 늦어지더라도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한 복귀 시나리오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