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개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역학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6월 한나라당 내에서 일었던 '쇄신'바람으로 서서히 이동을 했던 '힘의 축'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2선 후퇴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영남 보수 중심 원로그룹의 뚜렷한 퇴조 속에서 중도 성향의 수도권 소장파들이 확실한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를 보였다. 또 조각 때와 지난해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개각 때까지만 해도 영향력을 발휘했던 외곽그룹의 힘이 약화되고 청와대를 비롯한 이 대통령 직할의 공조직이 중심이 됐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와 임태희 노동,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의 발탁엔 이 두 그룹이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뤄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을 끌어낸 배경에도 이들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이 그룹들이 향후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젊은 참모들이다. 청와대에선 박형준 정무수석과 김두우 메시지 기획관 등이 꼽힌다. 홍보기획관에서 자리를 옮긴 박 수석은 중도실용 철학의 뼈대를 잡은 인물이다. 최근 휴먼뉴딜 등 친서민 정책 입안을 주도했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정 내정자 천거설도 나온다. 조해진 권택기 정태근 의원 등 지난 6월 쇄신 촉구 선언을 주도했던 이 대통령 측근 소장파 의원들도 정 내정자를 강력 천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에 중도실용이 착근되기 위해선 '젊은 내각'을 통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개각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 직할 라인의 움직임 속에 이뤄졌다. 선진국민연대를 비롯한 외곽조직이 힘을 썼던 이전과는 차이가 드러난다. 집권 이후 청와대 곳곳에 포진해 있던 외곽조직 멤버들은 지난 7월 단행된 청와대 행정관급 인사에서 상당수가 배제됐다. 특히 정 실장은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고심하던 이 대통령이 정운찬 내정자 쪽으로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 실장은 "중도실용 정책 수행에 가장 잘 맞는 인물"이라는 취지로 이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