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정계복귀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동창업주인 심대평 전 대표가 탈당한데 이어 충청도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충청권 민심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

자칫 지금껏 누려왔던 충청권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흠집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심 전 대표의 탈당으로 해체된 원내 교섭단체 `선진과 창조모임'을 복원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교섭단체 지위 상실은 원내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 총재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권의 동요 차단을 최우선과제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이 충청도 최대현안인 세종시에 관한 정 총리후보자의 발언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도 우호적인 지역 민심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충청출신 총리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지나칠 경우 지역에서 반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정교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대표 탈당으로 흐트러진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도 주요과제다.

방법론적으론 공석이 된 대표직에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총재 1인 지도체제를 강화, 총재 중심으로 당의 단결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당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심 대표가 탈당하는 과정에서 이 총재의 `1인 정당'식 당운영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총재 지도체제의 강화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조만간 당 중진을 후임 대표로 임명하는 방안과 대표직을 공석으로 남겨놓는 방안의 장.단점을 각각 검토한 뒤 최종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교섭단체 복원 성사 여부도 향후 이 총재 리더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종 난관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 지위를 복원시킬 경우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끝내 교섭단체 복원에 실패한다면 대외적인 존재감 하락과 함께 당내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 고위당직자는 "이 총재가 개인적으로 악연이 있는 무소속 이인제 의원의 영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정도로 교섭단체 지위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