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여야.전직대통령 연일 방문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개편을 계기로 정치권과의 소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정무라인을 대폭 보강하고 현역 국회의원 3명을 내각에 기용한 데 이어 참모들을 여의도로 보내거나 정치인들을 청와대로 잇따라 초청하는 등 여의도 정치와의 `거리좁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정가에서는 최근 며칠동안 `북악산'(청와대)과 `여의도'(국회) 사이의 거리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가까워졌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귀(歸) 여의도' 행보의 첨병 역할은 홍보기획관에서 자리를 옮긴 박형준 정무수석이 맡았다.

박 수석은 지난 1일 임명장을 받은 뒤 김해수 정무1비서관과 함께 곧바로 여의도로 직행, 김형오 의장과 이윤성.문희상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을 방문한 데 이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잇따라 만나 9월 정기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그는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에게 직접 연락을 달라"며 `핫라인'을 제안, 즉석에서 서로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은 또 지난 3일에는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열린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을 찾아 지도부와 티타임을 갖고 포도를 선물했으며, 다음날에는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도 참석했다.

이와 함께 박 수석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잇따라 예방하고 국가원로로서 국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박 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대북정책의 경우 원칙을 지키면서 잘 대응해 믿음직스럽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이전 대통령들은 취임후 평양에 한번 가보려고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 대통령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박 수석의 이 같은 `정치현장 행보'는 이 대통령의 집권중반기 마스터플랜의 일환이라는 게 한 핵심 참모의 설명이다.

최근 `친(親)서민' `중도실용'의 화두를 던져 국정지지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화합과 통합에 대한 의지도 보여준다는 취지인 셈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최근 여당 원내대표단, 정책위의장단, 여성의원 등을 잇따라 청와대로 초청한 데 이어 조만간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여의도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서는 국정운영에서 정치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다음주에는 박 수석을 종교계와 주요 사회단체, 언론사 등에도 보내는 등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