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순방에 나선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틀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4일 인천공항을 통해 방한한 보즈워스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지금은 아무 할말이 없다"거나 "떠나기 전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숙소로 직행했다.

또 방한 이틀째인 5일에도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다시 기자들을 만났으나 "모든 질문은 내일 받겠다"고 말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청사를 떠났다.

이를 두고 평소 언론에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데 신중한 보즈워스 대표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의도적인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시말해 '우라늄 농축'시험 성공과 플루토늄 무기화라는 카드를 동원하며 미국을 향해 '대화냐, 대결이냐'의 선택을 강요하는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분석한 뒤 '효율적인 대응'을 과시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북한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대화냐 제재냐" 시한부 양자택일, 편지에서 밝힌 조선의 비핵화지향>이라는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미국에 대해 거듭 제재를 철회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밝힌 '전 세계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이는 '핵이 없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비핵화를 논의할 미북 양자협상을 유도하는 전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보즈워스 대표로서는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간파하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특히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이번 순방과정에서는 가급적 공개 발언을 자제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 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서두르지 말고 긴 호흡으로 북한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최근 잇따른 평화공세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복위 선언이나 비가역적인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의 틀이 유용하며 제재를 계속하면서도 다자적 틀 안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조율한 내용은 6일 보즈워스 대표의 출국을 전후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