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4일 충남 천안의 한 연수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어 내년 예산안과 세제 개편방향을 논의했다. 의원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예산이 몰리면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복지 분야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격론을 벌였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소득세 · 법인세 인하를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일단 원안대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사업으로 SOC 예산 타격'

최대 관심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9000억원 수준의 4대강 살리기 예산은 내년에 6조9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내년 예산의 3조원가량을 수자원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대신 개발 이익을 충당해 주겠다"며 "4대강 예산이 SOC나 복지예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우려는 여전했다. 이계진 의원은 "강원도 내년 SOC 예산이 올해의 60%에 그쳤다"고 성토했고 강석호 의원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선도프로젝트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많이 배정하고,신규사업은 4대강과 관련 없는 곳부터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용 의원 등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장애인 및 결식아동지원 등 복지예산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내년 복지예산 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권택기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예산의 일부를 부담하면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며 "수자원공사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법개정을 하거나 민자유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인세 소득세 인하는 원안 가닥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진 의원은 "법인세 · 소득세 인하분 3조7000억원으로 쓸 수 있는 데가 많은 만큼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은 "확대재정과 감세,4대강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 자칫 감세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세율 인하를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진수희 의원은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 있지만 소득세나 법인세 인하는 원안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경제살리기를 위해 감세를 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 입장이 확고했고,의원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됐다"고 밝혔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토론이 끝난 후 "법인세 · 소득세 인하 여부를 놓고 여러 입장을 들은 만큼 곧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식 의원은 "기획재정위 차원에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43개 중점법안 선정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행정구역 개편 관련법,집단불법행위(떼법) 방지법 등 43대 법안을 우선처리할 법안으로 선정했다. 분야별로는 △카드수수료 인하법,비정규직법 등 서민살리기 법안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록제 확대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등 지역살리기 법안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등 글로벌리더 코리아 관련법 △교원평가법 등 제도 선진화법 등이다.

천안=김유미/구동회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