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외모나 말투에 겸손함이 배어 있다. 추진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집권 중반기를 맞아 국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윤 실장의 위상을 높여 '정책 컨트롤'역할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신임이 깊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뭘까. 청와대 참모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과 윤 실장은 추진력과 부지런함으로 상징되는 '코드'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책실장 역할은

윤 실장이 기존의 경제 수석 업무 이외에 교육 고용 환경 복지 과학 분야까지 관장하게 된 점이 눈에 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노사 관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등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교육과 복지도 예산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이런 부분들의 유기적인 연결이 원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못해 이 대통령이 답답해했다는 후문이다. 통합,조정력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거둬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라는 특명이 윤 실장에게 떨어진 셈이다. 특히 정책실장 산하에 국정기획수석실이 간사역할을 하도록 한 것은 굵직굵직한 국정아젠다까지 윤 실장이 주도하라는 의미다.

◆'추진력 코드'맞아

이 대통령이 윤 수석에게 이런 역할을 준 것은 그의 추진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재무부 관료 시절 '진돗개'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윤 실장은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하나도 빠트림 없이 메모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며 "부처에서 난색을 표명하면 '내가 책임을 진다'며 독려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취업 후 대학 학자금 상환제'도입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 방안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윤 실장이 한번 해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처에선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또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3~6개월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윤 실장이 주도해 이 대통령이 지시한 지 한 달 만에 해결했다.

한 참모는 "중기대출 만기연장 및 신용 보증 확대,노후 자동차 교체 시 세제 지원,해운산업 · 건설업 구조조정 등도 부처 간,업계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좀처럼 진척이 없자 윤 실장이 조정 역할을 맡았다"며 "실무자조차 '제대로 될까'라는 우려를 했지만 한 달 만에 정리됐다"고 전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이 대통령이 윤 실장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지런함 때문이다. 경제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윤 실장을 본관으로 직접 부르거나 인터폰으로 호출할 때 자리를 비운 적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저녁 약속도 가급적 피한다. 불가피하게 청와대 외부에서 저녁을 하더라도 한밤중에 꼭 들어와 일을 마무리한다. 다른 수석실은 토요일엔 쉬지만 경제수석실은 토요일 일요일 아침 8시에 윤 실장 주재하에 회의를 한다. 그야말로 '월화수목금금금'생활을 하고 있다.

◆대통령 마음을 읽는다

윤 실장은 지난 6월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기업체 임원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진이 '한꺼번에 간담회 형식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윤 실장은 '1 대 1로 하겠다. 투자 결정권을 가진 책임자를 직접 만나 해결하겠다'며 각개격파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 선제적으로 나섰다"며 "그러니까 대통령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