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 총리에 오를 게 확실한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62)는 일본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정치명문가 태생이다. 할아버지는 지금의 자민당을 창당한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 전 외상이다. 친동생은 자민당 소속인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60).증조부도 귀족원(지금의 참의원) 의원을 지냈다. 외할아버지는 세계적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1986년 중의원 선거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정치를 시작했다. 1993년 6월 자민당 분열 때 탈당해 신당 사키가케에 합류했다. 비(非)자민당 호소카와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을 역임했다. 1996년에는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대행과 민주당을 창당하고,1999년 대표에 취임했다. 2005년 9월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 체제에선 간사장을 맡았다. 다음 해 오자와 이치로 대표 체제에서도 계속 간사장직을 유지하다가 올 5월 오자와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물러나자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과는 형제 중의원 의원으로 자민당을 함께 탈당해 민주당을 결성하는 등 같이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선 대립으로 결별해 동생은 자민당에 복당했다. 그러나 가족으로서 형제애는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정치이념에서 조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의 좌우명인 '우애'도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의 중심적인 정치사상이다. 여기서 우애는 프랑스 혁명의 3대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 중 '박애'의 다른 표현.하토야마 대표는 최근 '보이스(Voice)'라는 시사월간지에 기고한 '나의 정치철학'이란 글에서 할아버지의 '우애'사상을 현대적 의미의 '자립과 공생의 원리'로 재정의하고,이를 위한 정치를 펴겠다고 밝혔다.

그는 탈냉전 이후 일본 사회는 미국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시장원리주의에 계속 농락당해왔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를 원리적으로 추구할 때 인간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이번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우애는 시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자립과 공생의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간에도 우애 정신을 강조한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돕고 사이좋게 지내는 공동체적 관계를 지향한다. 하토야마 대표는 그 연장선에서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패권국가 사이에서 정치 ·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고 국익을 지키려면 아시아의 중소 규모 국가들은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부인 하토야마 미유키씨(66)는 일본의 여배우 등용문인 다카라쓰카(寶塚) 극단 출신으로 첫 결혼에 실패한 이후 네 살 연하인 하토야마 대표가 스탠퍼드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만나 재혼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다. 홍콩 언론들은 미유키씨가 상하이에서 출생했다며 중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하토야마 대표 약력

△1947년 도쿄 출생
△1969년 도쿄대 공학부 졸업,스탠퍼드대 공학부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자민당 후보로 중의원(홋카이도) 첫 당선
△1993년 신당 사키가케 창당,호소카와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 역임
△1996년 민주당 창당
△1999년 민주당 대표
△2005년 민주당 간사장
△2009년 민주당 대표 취임(5월)

▷취미:클래식 음악 감상
▷좋아하는 음식:부인의 요리
▷존경하는 인물: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좌우명:우애(友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