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동반자적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

지난 27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의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8 · 15경축사'에서 집권 중반기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이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권과 접촉을 부쩍 늘리고 있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의원들을 불러 '만찬 정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지난 25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단 초청 오찬에 이어 27일엔 원내대표단을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지난주엔 강성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등 한국노총 출신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성 의원들과도 곧 만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반 여의도와 거리두기를 해오다 촛불시위 이후 소통 강화 차원에서 여의도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엔 당정,당정청 협의 등 제도적인 대화의 틀을 갖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지금은 의원 개개인과의 '스킨십'성격이 짙다. 27일 원내대표단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을 통한 '신여의도 정치'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8 · 15 경축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기간 통합 · 화합을 부르짖은 만큼 야당과도 '코드 맞추기'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 의장단과 회동일정을 잡고 있다. 조만간 야당의원들에게도 특사를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사회통합을 위해 우선 할 일'을 묻는 질문에 '야당 등 정치적 반대 진영과의 적극적 대화'(30.1%)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 만큼 야당과 소통 시도를 하지 않고 갈 경우 독주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여의도와 교감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올해 정기국회가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치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각종 법안 처리에 힘을 실으려는 차원이다.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친서민,민생 개혁 정책 등과 관련한 예산안 및 법안 처리는 정치권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조속한 논의를 당부한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8 · 15경축사 후속 조치로 교육 주택 노동 등 분야별 정책을 다듬고 있는데 그 성패는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 달려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