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유통질서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달 초 구청으로부터 과징금 50만원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며칠 후 구청으로부터 또다시 30만원의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왔다. 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과태료 통지서는 잘못된 것 아니냐,과징금을 때려놓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행정착오인 것 같다"고 구청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법이 그렇다"는 대답만 들었다.

김씨처럼 단순한 의무위반으로 과태료와 과징금을 이중으로 부과받는 '억울한 일'이 내년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26일 '과태료 · 과징금 합리화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관계 부처와 협의했다.

◆과태료 이중부과 사라진다.

정부는 과태료 · 과징금 · 벌금 등 이중적인 금전제재를 전면 정비키로 했다. 우선 과태료와 벌금이 중복 부과되는 경우 둘 중 하나의 제재만 부과키로 했다. 가령 약사가 구청장으로부터 관계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지금은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앞으로는 과태료만 내면 된다. 한 번 잘못으로 두 번 처벌을 받는 불합리성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중복제재(과태료와 영업정지)도 완화된다. 예를 들어 화장품 제조업자가 생산실적을 보고하지 않은 가벼운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정지와 과태료 조치를 동시에 받지만 앞으로는 과태료만 내면 된다.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야 할 만큼 중대한 의무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준수의무,명령위반 등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조치는 유지하고 과태료 부과만 면제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태료 · 과징금을 줄여줄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과태료와 과징금을 잘못냈거나 부과처분이 취소돼 환급받는 경우에는 시중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환급이자까지 받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디지털단지 유통판매점 허용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민관합동규제개혁 추진단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 등 현장 애로 사항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45건의 개선방안을 확정해 이날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디지털단지 등 도심형 산단 내에 유통업종 등 다양한 지원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도심화된 산단 내에 일부 시설이 유통기능을 갖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타사제품 판매금지 등 유통기능이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

경쟁력강화위원회 관계자는 "산단 내 유통수요 밀접지역의 토지용도를 변경해 다양한 지원시설의 입주를 허용하고 유통 · 문화 · 복지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단지 일부를 지식기반산업 집적지구로 시범 지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집단이 국제회계기준을 조기에 도입할 때 결합재무제표 재작성 의무가 면제된다. 현행 회계기준에 의해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면제받은 기업이라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할 경우 면제요건을 벗어나 재작성해야 하는 기업집단이 있었지만 앞으로 이런 부담이 없어지게 된다. 또 2년간 건설공사 연평균 수주실적이 일정 기준 미만일 경우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건설공사 수주실적 기준'이 폐지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