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회담이 어제 금강산에서 시작돼 28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지난 2007년 11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재개된 적십자회담으로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남북간 긴장해소에 도움이 되고,관계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는 성과를 기대한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간에 논의될 수 있는 가장 절실한 인도적 사안임에 틀림없다. 이번 회담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할 수 있는 결실을 맺는다면 그보다 바람직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북에 억류된 연안호와 선원,1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전쟁 이후 국군포로 및 납북자 등 또 다른 인도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확실한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이지만,그동안의 경색된 남북간 긴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회담 성격을 결코 인도적 문제 논의를 위한 것으로 국한시키기는 어렵다. 회담 자체를 남북관계 전체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고,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와 관계 진전의 방향이 결정되는 시금석(試金石)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번 적십자회담도 최근 북의 잇따른 유화 제스처의 일환이고 보면,결국 회담의 성패는 북이 어느 정도까지 신뢰성과 진정성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입장을 수시로 바꾸는 식의 과거 행태를 반복해서는 결코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관계개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보다 분명하고 일관된 원칙과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은 인도적 차원을 내세워 또다시 경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인도적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되겠지만,현안 해결이 우선되지 않고 그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경제적 지원은 무의미할 뿐이다. 지원의 전제가 궁극적인 핵문제의 해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북제재 입장의 변화가 없는 미국이 보즈워스 특별대사의 방북 초청을 거부하고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대화를 강조한 점을 북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