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진행 중인데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닙니까. " "치명적인 잘못이 있는 연구자에게 예산을 줄 경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26일 오전 9시30분께 경기도청 상황실은 혼란 그 자체였다. 엊그제 검찰에서 4년형을 구형받은 황우석 박사가 활짝 웃는 얼굴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악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도는 이날 황 박사와 손잡고 형질전환 돼지,무균돼지 등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연구용 종자돼지를 비롯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협약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정작 기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황 박사 스스로도 "아직 언론에 나설 때도 아닌 것 같고,조용히 협약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당황스럽다"고 몸을 낮췄지만 김 지사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한 해 예산으로 14조원을 쓰는 경기도가 생명공학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황 박사에게 고작 연간 4100만원을 지원할 뿐인데 뭘 그렇게 야단법석이냐고 되레 반박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잔해가 호주에서 발견돼 과학기술위성2호를 목표궤도에 올리는 데 사실상 실패했음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항공우주기술이야말로 20,30년 뒤 한국을 먹여살릴 캐시카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지원의지를 밝힌 생명공학 분야 역시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업연구비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황 박사를 나로호와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요 어불성설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황 박사의 논문 부정게재로 한국과학계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무엇보다 황 박사는 엄연히 법원 선고를 앞둔 피고인 신분이다. 김 지사는 진행 중인 재판과 황 박사의 역량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왠지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C판 쳐도 괜찮다"거나 "그놈의 헌법"류의 사고방식과 닮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경기도가 황 박사의 기술과 연구역량이 아깝고 그래서 꼭 돕고 싶다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뒤 해도 늦지 않다. 생명공학이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프로젝트라는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김 지사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일부 비판이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사회부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