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1만6천명 `DJ정신' 계승 다짐

사건팀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이 엄수된 23일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운구행렬이 지나는 곳에 나와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보며 명복을 빌었다.

◇ 뙤약볕 속 애도 인파 = 운구행렬은 영결식이 끝난 오후 3시20분 국회 앞마당에서 출발해 서강대교를 지나 동교동 방면으로 이동했다.

영결식 때 국회 밖에서 기다린 시민들이 운구차량의 모습을 보고 일제히 차량 가까이 몰려들었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

경찰은 인파가 차도로 나오지 못하도록 폴리스라인을 치며 질서를 유지했고, 시민들은 따가운 뙤약볕에도 모자나 양산 등을 쓰고 거리로 나와 휴대전화 등으로 운구행렬을 촬영하기도 했다.

회사원 최원석(38)씨는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잡고 인사할 때의 감동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도 고인의 뜻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구차량이 서강대교를 지나기 전 여의도 민주당사 근처에 잠시 멈춰 서 이희호 여사가 정세균 대표 등에게 사의를 밝히자 당원과 시민들은 "여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 동교동 주민들도 "안녕히 가세요" = 동교동 사저 인근 골목에는 이웃 주민 500여명이 나와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서교동 성당 성가대 소속 교인 20여명은 운구차량 도착 전부터 사저 앞에서 성가를 부르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여사 등 유족이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주민들은 "김대중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영정과 유족이 사저 안으로 들어가자 일부 시민은 이 모습을 보려 담벼락에 올라가기도 했다.

고인의 영정이 사저와 김대중도서관 내부를 돌고 나와 동교동을 떠날 때 명창 안숙선의 `추도의 창'이 울려 퍼지자 일부 주민은 눈물을 흘렸다.

동교동 주민인 박병선(66)씨는 "김 전 대통령은 동교동의 자랑이었고 동교동에 사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좋았는데 이렇게 보내드리게 돼 가슴이 아프다.

살아계실 때 모진 고난을 겪으셨는데 이승에서는 편안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용서하고 화해하자" = 민주당이 주최한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서는 시민의 추모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시민 1만6천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광장과 인근 차도에 빼곡히 모여 앉아 대형 화면을 통해 영결식 장면을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지켜보며 운구행렬을 기다렸다.

오후 4시25분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에 도착하자 일부 시민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 여사가 단상에 올라 감사의 뜻을 전달하자 시민들은 "김대중 대통령님, 이희호 여사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의 행동하는 양심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추모 행사는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 등 고인의 육성방송과 각국 정상들의 조전 발표, 추모시 낭독,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가수들의 추모공연 등으로 이뤄졌으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뜻으로 함평 나비 518마리가 방생됐다.

시민들은 운구차량이 서울광장을 떠나자 노란색 풍선을 일제히 날려보냈고 일부는 차도를 따라 서울역 쪽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 서울역 지나 현충원에서 영면 = 운구행렬은 서울광장을 통과하고 나서는 속도를 내 고인이 민주화운동 시절 장외 집회를 했던 서울역 광장을 지나 삼각지와 용산역을 거쳐 오후 4시50분 국립 현충원에 도착했다.

평소 인적이 드문 현충원 앞에도 일부 시민이 나와 고인의 운구차량을 맞이했고 현충원 안에서는 시민 4천여명이 안장식을 지켜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연합뉴스)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