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노선 떠나 주요인사 대거 참석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3일 영결식은 `용서와 화해'라는 고인의 뜻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입법.사법.행정 등 3부의 전.현직 주요 인사와 학계, 종교계, 재계, 시민사회 등 각계 지도층 인사들은 이날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영결식에 대거 참석해 정파와 노선의 차이를 넘어 `화합과 통합'의 장(場)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은 김 전 대통령이 현대사에 아로새긴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남북화해와 협력,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 등 업적을 회고하면서 한마음으로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크나큰 역할을 하셨다"며 "우리는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특히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일 것"이라며 "이제야말로 지역.계층, 이념.세대의 차이를 떠나 한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바친 박영숙 한국환경사회정책 연구소장도 "김 전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를 몸소 실천하셨다"며 "자신을 그토록 핍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들을 모두 용서했고, 용서와 화해라는 귀한 유산을 남기셨다"며 고인의 뜻을 되새겼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우리 사회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분향, 헌화했다.

김 전 대통령과 경쟁과 갈등의 관계였으나 최근 극적 화해를 이룬 김영삼 전대통령은 영결식에서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신군부의 등장 이후 김 전 대통령과 악연을 맺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고 머리를 숙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3김(金) 시대'의 한 축인 김종필 전 총리는 건강상 이유로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김 전 총리는 자택에서 영결식을 TV로 시청하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 투병 기간 병문안하고 국회 빈소에 서 조문한데 이어 이날 영결식에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18대 국회에서 정치적 갈등과 반목을 반복했던 각 당 대표들도 영결식에 참석해 `용서와 화해'라는 고인의 뜻을 되새겼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나란히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고 영면을 기원했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 일본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 영국 로드 앤드루 아도니스 교통부 장관 등 11개국 조문사절단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남북 화해와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면서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 분향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