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박3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여러 말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대화 재개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체제 유지를 위한 북한의 다급한 처지가 북한 실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김기남 비서는 남측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내일까지 여기 있는데 여러 분을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남북 당국자 간 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관계 개선의 접점은 인도적 지원과 경제분야로 한정짓자는 입장이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 · 사회 · 문화 교류도 하고 의원 교류도 하자"며 "북한에 자원이 많은데 이것이 중국을 거쳐 나간다.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 국회의원들과 가진 조찬간담회 자리에서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남북 간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맞교환 프로젝트를 이어가자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김 비서는 이어 "개성공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아직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세계적인 일류 공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덕룡 특보가 "남북 관계는 안정성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자 김기남 비서는 "시대가 달라졌다. 냉전 잔재는 가셔야 한다. 그러려면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