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한 조문단 일행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했으며,북측 인사들도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북쪽의 메시지 내용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장기간 경색돼온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정을 하루 넘겨 3일간 서울에 체류한 북의 조문단은 당초 조문의사의 전달경로,입국방식과 일정 발표 등에서 일부 우려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 및 김 위원장 면담에 이어 정부 바깥의 당사자들과 '직거래'하면서 우리 정부를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만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남북간 근본적인 현안인 북핵 문제가 그대로인데다 연안호 선원들의 무사송환에 대해서도 북한당국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 대표단은 정중한 조문에 이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회동했고 일정을 하루 연장해 결국 청와대도 예방했다. 통일부 장관과 만남도 형식으로 보면 예정에 없던 면담이지만 내용으로 보면 현정부 출범 후 남북간 첫 고위급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의내용을 떠나 이 회동에도 의미를 둘 만하다. 이 같은 당국자간 대화채널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제 청와대 접견에서 이 대통령도 "어떤 문제이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듯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열린 자세의 대화가 지금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앞서 수년간 관계국들까지 공을 들여온 북핵 6자회담의 복원이나 개성공단 발전전략과 같은 남북간 경협문제도 하나하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어제 북한조문단을 접견한 배경에 대해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규정한 점에도 주목이 된다. 남북은 특수한 관계이지만 이제는 국제적,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만 남북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 남북회동을 계기로 북측도 이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편타당성을 기반으로 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