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량급 전직 대사들', 中 '현직 한국라인' 출동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할 외국 조문사절단의 화려한 면면이 드러났다.

주로 DJ정부 시절의 외교수장을 지냈던 거물급 인사들이 각국 조문단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한파'를 대표하는 전직 주한대사들이, 중국은 현직 외교부의 한국라인이 출동한 점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먼저 미국은 명망과 중량감을 갖춘 지한파 인사 10명으로 조문사절단을 꾸렸다.

조문단은 장례식 하루 전날인 22일 오후 6시 군용기 편으로 오산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다.

조문단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김대중 정부와 빌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관계에서 일치된 코드를 보였던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했고 방북 이후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인연이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토머스 허바드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각각 주한 미국대사로 활약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1980년대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기간 인연을 맺었고 1980년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DJ 처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임스 레이니 전 대사는 지난 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김 전 대통령이 제안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키는데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또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짐 리치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태 소위 위원장,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모두 `햇볕정책'을 지지한 인물들로 유명하다.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국무부 법률고문은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과 겹치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조문특사를 맡은 탕자쉬안(唐家璇) 전 국무위원 외에 현직 외교부의 한국통들을 중심으로 모두 11명의 사절단을 구성했다.

중국이 한국의 전직 대통령 장례식에 고위급 조문단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문단은 이날 낮 베이징에서 CA125편에 탑승, 오후 4시5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외교부 부장을 지내며 한중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에 대해 김 전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나눴으며 DJ 퇴임 이후인 2004년 6월에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의 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현직 중에서는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 후정웨(胡正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우 장하오 아주국 부국장, 리원량 대변인실 참사관, 팡웨이빈 의정국 참사관, 바오쉬후이 아주국 부처장, 샤오 챤 특사 비서관 등이 참석한다.

이중 후정웨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지난 1월초 외교부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 북.중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맡아 주목되는 인물이다.

일본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과 시마다 외무성 동북아과장 등으로 `단촐한' 조문단을 보내기로 했다.

조문단은 이날 오후 6시55분 NH1293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고노 전 의장은 1973년 김 전 대통령이 도쿄에서 납치된 이후 구명운동에 나서면서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고노 전 의장은 외상으로서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편 러시아는 본국에서 별도의 조문사절단을 보내지 않고 글레브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조문하기로 했다.

영국은 로드 앤드루 아도니스 교통부 장관, 캐나다는 배리 데블린 한.캐나다 의원친선협회 공동회장, 호주는 안소니 비언 통상담당 정무차관이 각각 조문사절로 방한한다.

이밖에 필리핀의 아퀴노 전 상원의원, 인도네시아의 펜재추 무역부 장관, 말레이시아의 리 쳉 레옹 외교부장관, 캄보디아의 키유 칸하리스 정보통신부 장관, 동티모르의 아라우조 국회의장이 조문사절로 장례식에 참석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김 전대통령 국장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강을 비롯해 영국, 호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모두 11개국이 조문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또 21일까지 세계 42개 국가 정상 또는 외교장관이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밝혔으며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노르웨이 노벨평화센터 등 11개 단체와 개인이 애도서한 또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