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유화 제스처… 조문정치로 '해빙무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조문단과 우리 당국 간 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北 조문단 파견 대화 물꼬틀까
북한이 현대그룹과 이산가족상봉,금강산관광,개성공단 정상화 등 5대 교류사업에 합의한 이후 북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9일 파격적인 조문단 파견을 통보한 데 이어 20일 오후에는 냉각된 남북관계의 상징이었던 '12 · 1조치'를 해제하면서 경의선철도 운행을 재개하고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도 재가동키로 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다 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측의 잇따른 유화 제스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화해 국면 조성을 앞당겨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고위급 조문단 파견을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최측근인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전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은 '당일치기'였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조문과는 달리 1박2일 동안 서울에 머물기로 한 것도 남북당국자 회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대북 소식통은 "지금 분위기로 봐선 우리 정부당국이 '만나자'고 제의하면 북측이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우리 당국과 별도의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조문단을 '사설조문단'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대화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한승수 총리 등 우리 정부 고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어떤 형태로든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북측이 '통민봉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 정부가 먼저 북측 조문단에 접촉을 제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김기남 · 김양건은 김정일 최측근
북한 조문단 단장인 김 비서는 올해 83세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수행해왔으며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이다. 노동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와 당역사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에도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수행 간부 중 가장 많은 59회의 수행 횟수를 기록,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2005년 8 · 15민족대축전 당시 북측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북한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파격을 연출한 바 있다.
대남 총책임자인 김양건 부장(61)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참사로 외교 전반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할 때 배석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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