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고위급 조문단 파견과 함께 21일부터 육로통행 및 체류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경의선철도 운행까지 재개하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남북간 해빙모드가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측이 전례가 없는 1박2일 일정의 조문단 파견을 앞두고 동시 다발적 유화조치를 내놓은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화해 제스처로 볼 수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조문단과 우리 당국 간 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北 조문단 파견 대화 물꼬틀까

북한이 현대그룹과 이산가족상봉,금강산관광,개성공단 정상화 등 5대 교류사업에 합의한 이후 북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9일 파격적인 조문단 파견을 통보한 데 이어 20일 오후에는 냉각된 남북관계의 상징이었던 '12 · 1조치'를 해제하면서 경의선철도 운행을 재개하고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도 재가동키로 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다 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측의 잇따른 유화 제스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화해 국면 조성을 앞당겨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고위급 조문단 파견을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최측근인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전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은 '당일치기'였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조문과는 달리 1박2일 동안 서울에 머물기로 한 것도 남북당국자 회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대북 소식통은 "지금 분위기로 봐선 우리 정부당국이 '만나자'고 제의하면 북측이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우리 당국과 별도의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조문단을 '사설조문단'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대화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한승수 총리 등 우리 정부 고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어떤 형태로든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북측이 '통민봉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 정부가 먼저 북측 조문단에 접촉을 제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김기남 · 김양건은 김정일 최측근

북한 조문단 단장인 김 비서는 올해 83세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수행해왔으며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이다. 노동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와 당역사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에도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수행 간부 중 가장 많은 59회의 수행 횟수를 기록,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2005년 8 · 15민족대축전 당시 북측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북한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파격을 연출한 바 있다.

대남 총책임자인 김양건 부장(61)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참사로 외교 전반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할 때 배석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