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6일간의 국장으로 치러짐에 따라 국장 · 국민장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규정 마련은 향후 빚어질지도 모를 장례 절차와 규모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문제는 '국장 · 국민장에 관한 법률' 규정이 애매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법률의 제3조에 따르면 '대통령직에 있었던 자가 서거한 때에는 주무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다. 국장이냐 국민장이냐를 결정하는 데 명확한 규정이나 공적 평가보다 대통령의 결심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도록 돼 있다.

이번 국장 결정 과정에서도 정부는 최규하,노무현 등 다른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국민장으로 치르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유족 측과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에 대한 업적을 들어 국장을 요구했다. 결국 국장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와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쓴 업적을 기리고 사회 통합을 위해 국장으로 하라"고 결정하면서 마무리됐다.

장지 결정도 어떤 식으로든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할 문제로 등장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 자리가 없어 대전현충원에 자리를 마련했는데도 서울을 고집할 경우 정부와 유족 간에 서로 민망한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내고 "전직 대통령이나 국가원수에 준하는 분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기준을 달리하고 유족들의 주장에 따라 장지가 좌지우지된다면 앞으로 이 나라는 끝없는 분열과 대립을 계속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립현충원에 자리가 없어 대전으로 가야 한다던 정부가 이틀 사이에 어떻게 땅을 만들어 장지가 바뀌었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모 의원은 "앞으로 다른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똑같이 국장을 요구하면 그때는 거절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 정비를 통해 보다 명확한 국장 · 국민장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