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5시55분께 세브란스병원 지하 1층 특1호실에 마련된 임시빈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거목이 쓰러졌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애통해했다. 착잡한 표정의 김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에게 "위로할 얘기가 없다.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 빈소를 떠나던 김 전 대통령은 조문하러 계단을 내려오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마주쳤다. 반 총장은 "이런 데서 만나뵙게 됐다. 건강하시라"는 말을 건네며 김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조문을 마친 반 총장은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이 평소 몸바쳐 추구해왔던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을 위해 모든 국민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임시빈소가 마련되자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서거가 공식 발표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화갑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인들은 물론 문희상 송영길 등 민주당 최고위원,정동영 전병헌 이종걸 김희철 이춘석 의원 등 민주계 인사 2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장외투쟁 중 지방에서 급거 귀경한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에 조문했다. 정 대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땅이 꺼지는 아픔을 감당할 길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은 세계인이 존경하고 사랑한 위대한 정치인이자 민주당에는 어버이와 같은 어른이셨다"고 애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임시빈소를 찾았다. 오후 3시45분께 추미애 의원이 고개를 떨군 채 울면서 빈소에 들어섰고,1분 뒤에는 한명숙 전 총리도 눈물을 흘리며 들어왔다.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민주당 의원,원혜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강기갑 민노당 대표도 조문했다.

여권에서도 박진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빈소를 찾았고,월주 조계종 스님 등 종교계 인사도 조문에 합류했다.

또 이날 밤 9시께 김해 봉하마을에서 상경한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 조문했다. 권 여사는 빈소를 찾기 전에 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19일 발사될 나로호와 관련해 "이주호 교육과학부 차관이 오늘 저를 찾아와 국장 중에 발사해도 되겠냐고 묻기에 '우주센터는 김 전 대통령께서 준비했던 것이기 때문에 꼭 발사가 성공하길 바라실 것'이라고 말했다"며 "발사 여부는 정부 판단대로 하는 게 옳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민지혜/서보미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