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언론,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정책' 높이 평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죽는 순간까지 '정치적 투사'였다"고 평가했다.

FT는 "김 전 대통령이 운명하기 불과 몇 달 전까지도 강경한 어조로 현 정부가 군사독재 시절로 역행하고 있다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햇볕 정책을 둘러싼 한국의 진보-보수 양측의 상반된 평가를 소개한 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용기 있는 것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까지 계승됐다"며 "그는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007 소설의 한 페이지에 나올 법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남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도 김 전대통령의 출생부터 50년 정치 인생을 소개하며 말미에 "김 전 대통령은 운명 직전까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한 포용정책을 추구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김 전 대통령이 "군사 정권이 지배하던 수 십년 동안 한국에서 위험한 급진주의자로 통했다"며 "네 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돼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당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남북한 통일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며 이의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남북 첫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전례 없는 긴장완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200만명의 한국인들이 북한 금강산을 방문하고 개성공단이 조성되는 등 성과를 이뤘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 불이행과 두 아들의 구속, 정상회담 뒷거래 의혹 등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재임 말년을 보냈다고 전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BBC 등 해외 언론 매체들은 방송 자막과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긴급 속보로 전하는가 하면, 미리 준비했던 사진과 동영상 자료들을 편집해 내보내 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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