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문화예술 · 스포츠계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소설가 현기영씨는 "군사독재 시절 그분은 억압당하는 자유를 표상하는 이름이자 우리가 곧 달성해야 할 민주의 얼굴이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비보를 들은 직후 시인 고은씨는 "말이 안 나온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일생 동안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민주주의 국가의 토대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 서거하셔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시인 정호승씨는 "그분은 우리 국민 전체의 스승이며,그분이 남긴 의미가 우리 민족에게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서거 소식을 들으니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화가 이종상씨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인데 서거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전했다.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이웃같은 정치인인데 먼저 가시니 어버이를 잃은 것처럼 황망하고 허전할 따름"이라며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대통령의 정신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서태지씨는 소속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그리고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며 특히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대중문화와 음악을 사랑해주신 분으로 존경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배우 안성기씨는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으셨고 진심으로 예술인들을 좋아해 주셨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영화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영화계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기 때문에 영화인들에게는 특히 감사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영화감독 임권택씨는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한'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20세 이하(U-20) 청소년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온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이목이 한 · 일 월드컵에 쏠렸던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축구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던 기억이 새롭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