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시절 남북 문제에 큰 공을 들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하면서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은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북측이 이번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골자로 한 현대그룹과 북측간의 5개항 합의가 성사돼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김 전 대통령이 오랜기간 남북관계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까지 남북은 양쪽의 정치 지도자가 사망했을 경우 조문단을 파견한 전례가 없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남측에서 조문단 파견을 놓고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오히려 예정됐던 정상회담까지 취소됐고 조문단은 보내지 않았다.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에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노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내용의 조전을 발표했을 뿐 조문단은 오지 않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볼때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측은 '남북화해 무드' 조성에 공을 세운 인사들에게는 장례절차에 특별한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에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3월 21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하자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과 함께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4명의 조문단을 남측에 파견했다. 또 2003년 사망한 정몽헌 회장의 분향소가 금강산에 차려지자 북측은 송호경 아태부위원장을 추모행사에 파견해 추모사를 낭독하게 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