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월 양산 재보선) 공천을 받자마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대표직을 달고 선거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 지도체제 개편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 측근은 "10 · 28 재보선 공천이 늦어도 다음 달 10일까지는 돼야 한다"고 말해 박 대표의 사퇴가 9월10일 전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공천시기에 대해 "지난 4월 재보선은 당의 공천이 늦어져 불리한 점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빨리 돼야 한다"면서 "늦어도 9월 초에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7일 양산 중앙동에 위치한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으며 다음 주 선관위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실적으로 조기전당대회가 어려운 만큼 당헌 ·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2위 득표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 여부다. 당 안팎에선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자동승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전 의원의 최고위원 복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고위원직은 선출직인 만큼 전국위원회 선거를 통해서만 선출이 가능하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정권창출의 공신인 이 전 의원이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는 갈등 격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한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당직자는 이 전 의원의 당 복귀에 대해 "친이 · 친박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계파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