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제시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공론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구역 개편 뒤 선거구제 손질

이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을 언급한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비생산적인 정치의 뿌리에는 지역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지역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거구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 횟수를 줄이자고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청와대는 "대선 · 총선 · 지방선거 · 재보선 등 잦은 선거가 국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1년에 두 번 치르는 재보궐 선거를 한 번으로 조정하더라도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거 횟수 조정 문제는 헌법 개정 사항과 맞물려 있어 개헌론에 불을 붙일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 개편의 열쇠는 일단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를 획득한 후보자 1명만 당선되는 제도다. 선거제도가 바뀔 경우 호남에 비해 지역구 수가 많은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에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제안은 한나라당의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의 희생이 담보돼야 한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은 여당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할 일이고 우리 희생 없이 뭔가를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여당 내 협조를 당부했다. 또 "선거구제 개편은 행정구역 개편 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백가쟁명

정치권에선 선거구제 개편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표 참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싹쓸이'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호남에서 열세인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이 밖에도 한 정당이 특정 시도 지역구 출마자를 모두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한 뒤 지역구에서 가장 적은 득표율 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에 당선시키는 석패율 제도도 있다.

이준혁/홍영식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