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0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 김기수 비서실장과 함께 병원에 도착, 영접나온 박지원 의원과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을 만나 악수한 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로 올라갔다.

김 전대통령은 기자들에게 “(DJ는) 나하고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자 협력관계”라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실에서 15분간 머무르며 이희호 여사 등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병원을 나서면서 “제6대 국회 때부터 동지적 관계이자,경쟁 관계로 애증이 교차한다”면서 “이희호 여사에게 ‘모든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제 그럴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고 말했다.‘직접 면회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병상에서 이뤄진 이날 만남은 DJ가 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만났지만, 대통령후보 단일화 협상이 실패로 끝난 87년 때처럼 서로를 외면했다.

1987년 야권 분열 후 DJ가 이번에 병상에 눕기 전까지 22년간 두 사람은 반목을 거듭했다.

특히 YS의 차남 현철씨의 사면문제는 둘의 관계를 회복 불가능하게 만든 계기였다. 97년 DJ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YS는 수사유보를 결정해 민주화 동지의 대선 승리의 길을 터줬으나 DJ는 2000년 8월에 가서야 현철씨를 사면한 것.

YS는 이런 DJ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DJ가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규정할 때도 YS가 “그 입을 닫아라”고 독설을 퍼부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전격적인 병문안에는 과거 측근들의 간곡한 진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기수 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오늘 다 말씀을 하신 바와 같이 스스로 판단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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