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민간차원의 방북이다. 코멘트 않겠다. "(4일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도발적 행위를 말아야 한다.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두명의 무사귀환 이후 미국 정부의 태도가 다시 강경모드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 · 미 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신호를 북한에 주지 않고,일부에서 일고 있는 양국 간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일단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은 클린턴의 방북 기간 중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핵'자도 꺼내지 않았다.

여기자 귀국 후 오바마 대통령,클린턴 국무장관으로 이어진 미국의 강경발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면서 북한의 다음 행동을 기다려 보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면이나 구두 메시지가 북한에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핵을 포기할 경우 북 · 미관계 정상화,경제 · 에너지 지원,평화체제 구축을 담는 미 정부의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충분히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이 북한 코트에 넘어가 있는 셈이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2005년 9월 공동합의에 명시된 비핵화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양국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경기조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어렵사리 대북 제재 대열에 합류시킨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 완화 주장의 빌미를 줄 수도 있어서다.

다만 김정일 위원장과 3시간 이상 만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에게 풀어놓을 방북 보따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따리 속에 김 위원장의 중대한 제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따리에 대한 미국 측 반응 여하에 따라서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