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개 사진 6장에 악수장면 없어..클린턴, 화동에도 `건조한' 표정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데 반해 김 위원장은 간간이 미소를 띤 밝은 표정을 지어 대조를 이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보도한 스틸 사진 6장을 보면, 김 위원장은 백화원 영빈관내 예의 익숙한 대형 파도 그림 앞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방문단과 기념 촬영을 할 때 정색을 하고 찍은 것 외에는 면담장에서도 내내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거나 활기차게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공항에서부터 TV화면에 잡힌 얼굴에서 웃음기를 잃은 채 굳어 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6장의 사진에서도 계속 무표정하게 굳어 있다.

현재 공개된 TV화면과 사진만으로 볼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이번 방북중에 보여주지 않았다.

조선중앙TV가 내보낸 6장 사진가운데 특히 김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악수하거나 옷깃이라도 스치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공항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은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측 인물들은 대부분 미소 띤 표정이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올 때부터 양형섭 부위원장 등과 인사를 나눌 때까지 딱딱한 사무적 표정을 유지했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평양 공항 도착 장면에서 양형섭 부위원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은 밝은 웃음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웃음을 가득 담은 화동에게조차 웃음기 없는 건조한 표정을 보였다.

그의 방북 목적이 장기간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한 것이라는 점과 현재 첨예한 북미간 대립 국면이라는 외교적 상황을 반영한 것인 동시에 자신의 방북이 북미간 우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사무적인 것이며 자신의 방북으로 핵실험 등에 대한 제재조치까지 흐지부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터프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그러나 북한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표정에 긍정적인 해석을 달았다.

조선신보는 그가 양형섭 부위원장, 김계관 부상 등과 악수를 하고 화동의 꽃다발을 받고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한 사실, "쌍방간에 예의적(의례적)인 인사 뿐 아니라 수분간 대화"가 이뤄진 것 등을 들어 "비행장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실무적인 사업수행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시키는 광경들이 펼쳐졌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평양 비행장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이한 조선측의 대응은 간결하면서도 환영의 뜻이 담긴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중앙TV는 이날 오후 6시 고 김일성 주석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만나는 내용이 포함된 기록영화 '민족대단결의 위대한 구성'을 지난달 4일에 이어 한달만에 재방영, 북한 주민들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장면과 중첩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 기록영화는 김일성 주석이 북한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해외 인사들과 만나는 장면들을 편집한 것이며, 그중에 김 주석이 1994년 6월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김성진 기자 chsy@yna.co.kr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