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었을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간 특사로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다.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수용한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때인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파견해 북핵위기 국면을 타개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15년이 지난 지금의 북 · 미 간 대결구도를 대화로 전환시킬 수 있는 '최적격' 인물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러모로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닮았다.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한 1994년 6월15일은 1차 북핵위기 와중에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강행,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 등으로 북 · 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실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직전 미 국방부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구체적으로 검토했을 정도였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을 만나 김 주석으로부터 핵개발 계획 동결과 북핵시설 사찰단원 및 감시장비의 원상복귀 등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선물도 받았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