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사실 헌법은 1948년 7월17일 제정된 이후 지난 61년간 9번이나 개정되는 곡절을 겪어 왔다. 그 중엔 1954년 11월29일의 제 2차 개헌 소동,소위 사사오입 개헌도 포함돼 있다. 136명 과반수에 1명 모자라는 135명의 찬성으로 부결이 된 것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희한한 법 해석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09년 7월24일,국회에서는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간 몸싸움 속에 변칙처리 소동이 벌어졌다. 여당소속 국회부의장이 투표자 수가 과반수가 안된 사실을 모르고 개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재투표를 해서 과반수를 겨우 넘겨 통과시킨 것이다. 야당 지도부는 즉각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한 법적 해석을 헌법재판소에 의뢰했다.

미국 헌법은 1788년 7월2일에 탄생했다. 지난 221년 동안 16차례 개헌을 했다. 1992년에 이뤄진 27번째 개헌안 내용의 핵심은 "국회의원은 같은 임기 중에 자신들의 봉급을 인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낯 뜨거운 개헌안이다.

사실 미국의 개헌안 중에도 사사오입 개헌 뺨치는 사례가 몇 차례 있다. 대표적인 게 1919년 1월 통과된 18차 개헌안이다. 이 개헌안은 술 제조와 판매는 물론 운송마저 금지하는 소위 금주법이다. 이 법이 발표되자 불법으로 술을 파는 알카포네 같은 조직폭력배들이 자기네 영역을 지키기 위한 폭력이 판을 치게 됐다. 결국 금주법이 통과된 지 14년이 지난 1933년에 금주법 개헌을 무효화하는 21차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우리가 기왕에 헌법을 개정하려면 다음 네 가지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인 3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헌법재판소 판사가 법무장관직을 겸임하는 것과 같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이 되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특별 선거를 통해 새로운 의원을 그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새 의원에게 인수 인계를 마친 뒤 장관직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공천권은 지역구 주민들의 몫이다. 각 정당은 하루 속히 공천권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당이 공천권을 갖고 있는 한 의원들은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거수기가 되고,당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당이 뭐길래 공천 장사를 하면서 누구는 좋은 자리에 공천을 주고 누구는 탈락시키나. 미국에선 당의 공천권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 공천은 국민들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선거제도다.

셋째,대통령과 따로 뽑는 부통령제를 둬서 견제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선출한 부통령은 대통령도 물러나게 할 수 없다. 부통령은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국무회의 때도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 대통령 혼자 국정을 책임지기엔 나라 안팎의 사정이 너무도 복잡하니 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둘이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얼굴마담이라는 얘기를 듣는 총리 자리를 부통령으로 대체하자.대통령과 부통령은 소속 정당이 다를 수도 있다. 오히려 서로를 견제하며 주시하기 때문에 당이 서로 달라도 장점이 많다. 이것이 바로 미 캘리포니아 주의 주지사,부지사 제도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제도의 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한미 워싱턴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