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하계포럼에 참가해 ‘한·미 전략동맹을 넘어 미래비전 파트너로’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벌였다.그는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재임 기간 중 체결한 한미 FTA 합의안이 미국 의회에서 비준되고 있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고립주의 움직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FTA는 단순한 경제 합의문을 넘어선 것”이라며 “한미 FTA가 정치 동맹을 단단히 하는 시멘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자회담에 참가하는 5개 국가가 한 목소리를 내 북한의 지도자가 더 좋은 탈출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정치’가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그는 “각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한국을 “투자를 이끌어내는 자석과 같은 마력이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그는 “개방된 시장,혁신,인재 등을 한국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한국의 지도자들과 관련해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을 모두 만나봤다”며 “세 분 모두를 존경한다”고 말했다.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먼 미래에 자신을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에 신념이 강했던 대통령,국민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대통령,어려운 결정을 후임자에게 미루지 않았던 대통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강연 내내 재치있는 유머로 좌중을 휘어잡았다.그는 ‘대통령은 수많은 비판을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은퇴 후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한 주민이 ‘조지 부시랑 많이 닮았다’고 말을 걸길래 ‘항상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답했다.그랬더니 그 친구가 ‘(부시와 닮았다는 얘기 들으면)당신 정말 열받겠다’고 얘기하더라.”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비판을 많이 받았던 대통령이었다.그래서 나는 절대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생에서의 변곡점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부시 전 대통령은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덕을 톡톡히 봤다고 설명하면서 “아무리 자식이지만 나를 무조건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어머니가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고 말했다.대통령을 그만 둔 후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에어포스 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이 매우 편했는데 못 타게 돼 아쉽다”고 답했다.

그는 31일 입국해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제주도 제동목장에서 전경련 회장단과 회동했으며 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서귀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