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서해 NLL월선 사실 추가>>
남북관계 돌파구 소재될지 '주목'

30일 새벽 우리 측 선원 4명이 탑승한 29t급 오징어 채낚이 어선 '800 연안호'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에 예인됨으로써 이 사건의 처리 향방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박이 GPS(인공위성항법장치) 문제로 인해 월선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거 유사 사례로 미뤄 볼때 북한이 내부 절차를 마친 뒤 조건없이 선박과 선원을 송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다.

특히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서해상에서 북한 어선 한척이 NLL을 넘어 연평도 서남방 12.9km 해상까지 내려왔을 때 우리 측이 북한 경비정으로 하여금 배를 예인해가도록 한 것도 연안호 조기 송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북한 경비정이 이날 우리 측의 경고통신에도 불구하고 북측 어선을 따라 NLL을 넘어와 예인해갈 정도로 막무가내식 월선을 했다는 점 등에서 연안호를 또 다른 대남 압박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유사사건 어떻게 처리됐나 = 근년 들어 남북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선박과 선원이 수일 만에 송환되는 것으로 원만히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5년간 우리 어선이 항로 착오 등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것은 2005년 4월 '황만호'와 2006년 12월 '우진호' 등의 사례가 있는데, 두 선박은 각각 5일, 18일만 돌아왔다.

역으로 지난 5년간 우리 측이 월선한 북한 선박을 송환한 사례는 무려 15차례에 이른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우리 당국은 총 6차례에 걸쳐 연평도, 인천 옹진군 등으로 표류한 북한 선원 및 선박을 돌려보냈다.

당국은 관계기관 합동심사를 거쳐 선원들에게 귀순의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북측과 절차 협의를 거쳐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이틀내에 선박 및 선원을 북으로 보냈다.

아울러 이날처럼 NLL을 넘어온 북측 선박을 예인하지 않고 북한 경비정이 예인해 가도록 허용하는 등 방식으로 그냥 돌려보낸 사례들도 적지않다.

또 어선 월경과는 사안이 다르지만 작년 8월 우리 측 모래운반 선박과 북측 어선이 북한 장전항 근해에서 충돌, 북한 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측은 하루 만에 우리 선박과 선원을 돌려보낸 바 있다.

당시도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 등의 여파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북측은 사안을 확대하려 하지 않고 신속히 처리했던 것이다.

◇북, 압박카드로 활용할지 여부가 관건 = 과거 사례들로 볼때 북한이 이번의 경우에도 일정한 조사 절차를 거친 뒤 조건없이 우리 측 선원 및 선박을 돌려보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선박이 NLL을 넘게 된 사유가 GPS 미사용 또는 고장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원들의 실수에 의한 우발적 월선 이외의 혐의를 덧씌울 사안이 아닌 것으로 정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통일부가 이날 선박이 NLL을 넘었다는 점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북측에 조기송환을 촉구한 데는 선원의 실수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사건인 만큼 북측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측 어선 한 척이 NLL을 넘어 내려왔을 때 우리 당국이 예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북이 `상호주의'에 입각, 연안호 선원들을 조기 송환하도록 촉구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됐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핵실험 이후 조성된 `대북 압박' 국면을 북미대화 개시를 통해 `협상국면'으로 돌리려는 노력을 시작한 점, 4개월간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와 실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도 조기 석방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런 기대대로 사안이 신속히 마무리될 경우 이번 사건은 남북관계에 의외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이 사안을 `활용'하려 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유일한 당국간 대화 채널인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1개월 가까이 열리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인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활용, 남북관계의 현상 타파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테면 선원들의 불법월경 등 혐의에 대해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선원들의 송환을 지연하면서 이 사안과 관련한 당국간 대화를 이끌어 내려 하거나 대남 압박 카드로 쓰는 등의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됐을 때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꼭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이 사건 처리를 위해 당국간에 공식.비공식 대화가 이뤄진다면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살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으로서는 남측 선박의 월선을 `명백한 범법행위'로 규정하면서 개성공단 근로자 유씨 건과 더불어 대남 부문에서 또 하나의 카드를 쥐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 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이날 오후 연안호에 대해 "현재 해당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김승욱 기자 jhcho@yna.co.kr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