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는 이미 지난 정부 때 건설 계획이 확정돼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이다. 그런데도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서울대국제대학원 교수)과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월례 토론회에서 세종시 문제를 다룬 것은 세종시가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목표했던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지 못한 채 행정 기능 분산에 따른 업무 비효율 등 문제점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행복도시 비효율…지금이라도 용단을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종시 건설과 정부부처의 이동에 따른 수도권 인구 · 산업의 분산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는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기획되고 추진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인 선거공약이었다"며 "전 세계가 도시 간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건설은 자칫 도시의 역량을 분산시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및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과 과천,대전,세종시 사이를 빈번하게 이동하면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6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했던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지역균형발전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천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81.5%가 '수도권 주택을 팔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41.7%는 '본인만 이사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행정기관 이전만으로는 인구 분산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권오갑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세종시는 충청도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10년 후,20년 후를 위한 국가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교육 · 과학 허브 대안

토론 참가자들은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만드는 방안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적인 교육 · 과학 허브로 키우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는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충청권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라며 "대신 유명 대학과 각종 연구소,산업시설 등을 세우면 이 지역을 교육과학기술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여기에 "가급적 지방분권의 원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각 지역이 자기책임하에 스스로 살림을 할 수 있어야 발전적인 경쟁 구도가 나타난다"며 "세종시 관할 혹은 인접 광역지자체 등에 부지 활용을 위한 일정 규모의 재원을 지원한 다음 독자적인 책임하에 재원의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 연구소나 기술집약적 기업,국제기구 등을 유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이해관계인들의 갈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단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산 23% 집행,충청도민 반발 등 난제

토지 보상비와 각종 공사 등에 상당한 국가 예산이 투입돼 백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충남 천안을)은 "총 사업비 22조5000억원 중 23%인 5조2000억원이 이미 집행됐다"며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자는 주장은 국론 분열을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경부고속도로와 KTX 호남선도 모두 세종시를 전제로 해서 건설 중"이라며 "세종시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뒤따를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거듭 약속했던 일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충청도민들이 느낄 배신감과 상처는 오래도록 치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는 이미 출항을 시작한 배"라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학 이전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유승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