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교착 상태서 다른 대안 없어"
"방북 포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무엇이든 할 용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각)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직접 대화에 대해 "필요하다면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측이 북.미 양자 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측이 `6자회담의 틀 내에서만 대화할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그는 "6자 회담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위해 여전히 좋고 유효한 방식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다른 형태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6자 회담이 작동하지 않고 있고, 모든 대화 창구가 차단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북.미 회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으며, 여기에는 평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언제쯤이 적절한 방북 시점일 지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그에 대한 어떤 대답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억류돼 있는 2명의 미국 여기자 석방 문제와 관련해 "북한 측에 인도적 견지에서 두 여기자를 석방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선호 대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동의 관심사에 관한 어떤 교섭에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북.미 양자 대화에 관심을 표하면서도 "6자 회담은 영원히 끝났다.

우리는 6자 회담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강경 결의안 도출과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6자회담 이외의 북.미 양자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주말 중국과 몽골 방문을 마치고 28일 귀국한 반 총장은 이번 아시아 방문의 목적은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히고, "후진타오 주석과 윈저바오 총리가 오는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상에서 중국이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시켜 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중국 지도자들을 치켜 세웠다.

그는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데 있어서 유엔이 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각국 지도자들의 강화된 정치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는 9월 유엔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이들이 정치적 의지를 보여 줄 것을 당부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