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라디오 · 인터넷 연설을 통해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하고,논술시험을 폐지하며,지역할당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교육개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되면 공교육만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연설 이후 대학가와 학부모,교원단체,교육업체들은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교육업계는 이 대통령의 기대대로 대학입시 패턴이 크게 바뀔 경우 사교육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 반응 '미묘한 온도차'

3년여 남은 임기 내에 입학사정관제를 100%까지 확대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각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대 등은 긍정적인 반면,사립대 및 지방대 등은 논술 폐지와 입학사정관제 100% 확대 등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을 고용 ·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공정성 시비 등을 우려해서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서울대가 추구하는 입시 방향과 일치한다"며 논술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일선 학교의 논술지도 자료가 입시사정 자료로 가치가 있고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논술을 폐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효성 연세대 홍보부장은 "논술 폐지는 대학 내에서 논의해 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강낙원 대학교육협의회 팀장도 "입학사정관제 비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는지는 대학 역량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모집인원은 47개대 2만695명으로 전체 4년제 대학 입학정원(34만여명)의 6%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단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100% 발언은 모든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한다기보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수위를 낮춰 해석하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 교원단체 입장도 엇갈려

학부모 · 교원단체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의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좋지만 급격하게 확대하면 부실전형과 공정성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입학사정관제도 학부모 처지에서 보면 성적이 좋아야 하고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춰야 하는 어려운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주문대로 입학사정관제를 100%까지 늘릴 경우 대형 입시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소형 입시컨설팅기관이 늘어나는 등 사교육시장에서도 지형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이사는 "컨설팅업체와 외국어학원은 반기겠지만 수능 대비 입시기관들에는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