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회를 등지고 결국 거리로 나설 태세다. 정세균 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이어 오늘내일 중 장외투쟁을 주도할 대책위원회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제1 야당 대표가 의원직을 내놓은 것부터가 유례없는 일인데다,전국을 돌며 촛불집회식 시국대회를 열겠다니 국민들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도 의장 직권상정 방식으로 미디어법을 밀어붙이긴 했으나 국회 정상화나 국정운영과 관련해 큰 방향이나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 이후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놓은 것이 고작이고,'9월 조기 전당대회' 문제로 소란스럽기만 하다. 이 역시 당내의 계파끼리나 관심사이고 민생과는 동떨어진 집안싸움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여야의 극한대립은 조기에 해소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 야당이 연합해 거리로 나서는 가운데 여당은 원내로 불러들일 복안없이 이를 맹비난하는 성명전이나 할 게 훤히 예상된다. 정치가 사라지면서 3500건이나 되는 법안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만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정치실종 속에 민생 현안들이 마냥 방치되는 것부터가 문제지만,정기국회가 불과 한 달여 남았다는 점도 걱정이다. 제1 야당이 집단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마당에 하한기 한 달간을 어물쩍 보낸다면 정기국회인들 과연 정상화될 것인가. 가뜩이나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또 한바탕 사생결단(死生決斷)하겠다는 식이니 여야가 이쪽에 당력을 모은다면 정기국회 때까지도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게 된다면 예산심의나 법안심사는 계속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리의 걱정이다.

결국 그 전에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 관계도 상식 수준으로 되돌려놔야 한다. 그렇게 상생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 그런 과정과 방법 찾기는 전적으로 여야의 역량에 달렸다. 지금 야당을 불러들이고 원내정치를 복원하는 데는 여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그러기 위해선 양당의 온건파들도 이제는 설득력있는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간 수없이 강조해온 비정규직법안 등 민생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입법활동으로 민생과 나라의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본분을 여야의원들이 알고나 있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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