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로,해외로,장외투쟁으로….

6월 임시국회 회기가 25일 종료되지만 이미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은 텅텅 비었다. 미디어법 전투를 끝낸 여야가 약속이나 한 듯 민생 · 경제 현안은 9월 정기국회로 넘기고 일손을 놔버렸다. 재정손실이 720억원 더 불어나도(공무원연금법),비정규직이 하루에 330명씩 일자리를 잃어도(비정규직법),예산을 못 짜서 발을 동동 굴러도(교육세 폐지안 및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정치권은 언제나처럼 '나 몰라라'다.

연금법 11월에나 처리될 듯

행정안전위원회는 공무원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했지만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을 그대로 둘 경우 하루 12억원씩 재정손실이 불어나지만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했고 한나라당도 이번 회기에 무리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행안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무산되자 더 이상 일정을 잡지 않았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를 서두른다고 해도 본회의 의결까지 2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고 그 경우 재정손실액은 72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예산 담당 공무원들도 '국세 수입 총액을 계산할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교육세 폐지를 전제로 개별소비세율을 올렸는데 정작 교육세 폐지법안은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이라서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개별소비세법을 다시 고치거나 시행을 유예하는 등 다른 해법을 찾을 생각도 없어 보인다.

민생법안 처리는'공염불'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여전히 '반대'고 미디어법으로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은 처리 의지를 잃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이 하루 330명꼴로 실직한 것으로 집계됐고,앞으로 실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국 경색으로 여야 간 타협을 기대하기는 힘든 여건이다.

이 밖에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고 공언했던 5대 서민살리기 법안(영세상가 살리기법,카드수수료 인하법,통신요금 다이어트법,악덕사채 근절법,상조피해방지법)도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개혁 입법은 여전히 '반쪽'

금융개혁 관련 입법도 불완전 상태에 놓이게 됐다. 당장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한 금융지주회사법은 통과된 반면 이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은 그대로 남아 있어 서로 두 법안이 상충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뒀지만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돼 법 집행에 혼선이 생기게 됐다.

산업은행 민영화도 차질을 빚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산은 분할 과정에서 증권거래세 1000억원과 산은지주 법인 등록에 따른 세금 126억원 등 1800억원의 세금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를 면제받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무산돼 산은 지주와 정책금융공사를 10월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영향을 받는다.

금융위는 일단 회사분할을 정부안대로 먼저 추진하고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처리한 뒤 환급받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안의 소급적용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차기현/이심기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