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북측 대표단의 리흥식 외무성 군축국장은 이날 푸껫 쉐라톤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포괄적 패키지는 말도 안 된다"며 "현재의 위기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 제공의 전제로 내세운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부시 정부에서 나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계기가 뭔지 생각해보라.담보 없이 안전과 자주권을 몇 푼 돈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을 공격한 북한에 유감을 표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단호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들에게 '비핵화를 요구했는데 북한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유감을 표하고 "북한이 과거 국제회담에서 강경발언을 하면 지원이 이뤄지곤 했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RF는 이날 총 39개 항의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주최국인 태국이 각국 의견을 수렴해 최종 채택한 의장성명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북한의 주장도 대거 반영해 논란이 예상된다. 의장성명은 7항에서 "일부 국가의 장관들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항에는 "북한은 미국 주도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를 인정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거부했다"고 명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