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는 아수라장이었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난무했다. 8개월을 끌어온 미디어법 처리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었다.

◆오전 9시15분 한나라당 본회의장 진입

허를 찌른 건 한나라당이었다. 오전 9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자마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100여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이동,의장석을 전격 점거했다. 당황한 민주당 측은 9시 20분께 김형오 의장을 항의 방문했지만 김 의장은 면담을 거부했다. 직권상정을 강하게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에 본회의장에서 항의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9시30분께 비공개 의총을 거쳐 오전 10시부터 중앙홀 앞에서 미디어법 직권상정 규탄대회를 열고 본회의장을 봉쇄했다.

◆오전 10시 김 의장 직권상정 선언

김 국회의장은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통해 "미디어법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이날 직권상정을 통해 표결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한나라당 의원수가 본회의 법안 처리를 위해 필요한 의결정족수 148명을 채우지 못한 것.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 직후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화근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의원이동 금지령을 내렸지만 본회의장에는 100여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민주당은 11시께 여성 당직자 30여명이 본청 정문에서 진입시도하며 경위들과 대치하는 사이 남성 당직자와 보좌진 100여명이 민주당 대표실을 통해 본청에 진입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본청 중앙홀과 함께 국회 의장실과 부의장실 봉쇄에 돌입했다. 본회의장 양쪽 유리문엔 쇠사슬이 감겼고 본회의장 진입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몸싸움이 일어났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의자와 소파 등 집기를 동원해 본회의장 입구를 막아섰다.

◆오후 3시35분 이윤성 부의장 법안 처리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2시부터 보좌진들과 함께 민주당이 바리케이드를 친 본회의장 출입문쪽으로 운집해 본회의장 재진입을 시도했다. 양측이 뒤엉켜 욕설이 난무하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윤성 부의장도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 20여명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의사당 내로 진입해 연좌농성을 벌이는 등 본회의장 앞 중앙홀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후 3시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의결정족수가 채워지면서 김 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받은 이 부의장이 오후 3시35분께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의사봉을 뺏으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의 심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경위들에게 둘러싸인채 본회의를 진행한 이 부의장은 수적 우위를 이용해 30분 만에 미디어관련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킨 후 4시16분 산회를 선포했다.

구동회/민지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