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의 처리가 임박한 22일 국회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내 국회의장석 주변을 기습 점거한 한나라당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대충돌은 국회 본관 안팎에서 이어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산발적인 충돌과 신경전이 주를 이뤘다면 오후 들어서는 팽팽한 물리적 대충돌의 연속이었다.

특히 민주당 의원과 관계 400여명은 국회 본회의장 주변을 에워쌌으며, 언론노조 조합원 500여명은 `인(人)의 장막'을 형성, 국회 본관으로 향하는 출입구를 원천 봉쇄했다.

사실상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내에서 고립되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수적 우세를 자신했던 한나라당이 실제 `직권상정 작전'이 시작되자, 수적 열세의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

또한 국회 사무처 소속 경위가 60여명에 불과, 질서유지권 발동을 통한 국회 질서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회는 지난 연말연초 보다 극심한 여야간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본회의장에 들어선 한나라당 의원은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130여명 가량으로, 나머지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민주당과 대치하거나 아예 본관 안으로 입장하지 못했다.

따라서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진입하려는 한나라당과 `본회의장 출입금지' 전략을 세운 민주당 사이의 난투극이 잇따랐다.

불가피하게 부상자 발생도 속출했다.

본청 앞 중앙홀은 본회의장 출입구를 막아선 민주당측과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본회의장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는 한나라당측의 결투장을 방불케 했다.

그동안의 날선 대치만큼이나 격한 충돌이 반복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오후 2시10분께 본회의장에 들어서려다 민주당측의 거센 저지로 옷이 흐트러진 채 발길을 돌려야 했고,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들것에 실려 옮겨지기도 했다.

또한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전용 출입문 확보를 놓고 여야 의원들간 주먹다짐도 발생했다.

나흘째 단식농성 중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소속 의원들이 연좌 농성하고 있는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읽은 직후인 오후 2시부터 수차례에 걸친 충돌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본회의장 주변의 각 출입문마다 소파와 집기류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한편 출입문을 쇠사슬이나 경첩 등으로 봉쇄했고, 이를 뚫으려는 한나라당측과 몸싸움이 계속되는 등 곳곳에서 격렬한 국지전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경위 등이 엉키면서 본회의장 주변에 모인 인원이 500여명이 불어났으며, 각 당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 그리고 경찰 등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도 난무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을 방불케 했다.

본청 현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언론노조 관계자 150여명은 오후 2시30분께 창문을 통해 안으로 진입, 중앙홀내 민주당 농성조에 합류했다. 안으로 들어온 민주당과 언론노조측이 경찰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작전회의를 거쳐 오후 3시30분께 재진입을 시도한 끝에 결국 본회의장 옆문 쪽 저지선이 뚫리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추가로 진입했고, 3시34분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김형오 의장 대신 개회를 전격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거센 반발 속에 본회의가 시작됐다.

앞서 민주당 보좌진 등은 4층 방청석 진입을 시도하려다 한나라당 보좌진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방청석 입구의 유리가 파손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