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시장은 재담가다. 솔직토크 내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싶으면 유머를 펑펑 쏴댔다. 국내 유머계에서는 알아주는 고수라고 자부했다. 구본무 LG 회장의 '질그릇 재담'에는 밀렸지만,임내규 전 산업자원부 차관과는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했다. 작심만 하면 어떤 모임이든 끊임없는 유머로 왜 모였는지 조차 잊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시장의 '입담'은 적자생존이란 자연칙의 결과물이다. 그는 대학 시절 동동주 한두 잔에 뻗어버리는 자신의 주량을 확인했다. 행시 합격 후 공무원 초년병 시절엔 그럭저럭 술자리를 넘겼지만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된통' 걸렸다. 술자리를 자주 가져야 하는 총무처 공보관을 맡은 것이다. 이때 궁여지책으로 '술자리 얘기'를 개발하기 시작한 게 유머계에 입문한 계기다.

김 시장은 "내 유머의 40%는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되는 비즈니스 유머"라고 1급 비밀(?)을 털어놓았다. "유머는 써먹으면서 외우는 것" "새로 개발한 유머는 아내에게 먼저 들려주고 반응이 좋을 때 사용한다"는 나름의 노하우도 알려줬다. '국내 기업 CEO 중 배영호 ㈜코오롱 사장이 3000여개의 레퍼토리를 가진 고수'라고 귀띔하자 "한 수 겨뤄보게 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전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