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미디어법 정국에 '박근혜의 힘'이 또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가 강행 처리 움직임에 급제동을 걸자 일단 미디어법을 24일까지 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0일 의총에서 "(협상이 막히면) 미디어법 최종 수정 제안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에게 한번 약속한 이상 초지일관 끝까지 어떻게든 이뤄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박 전 대표의 중재안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법 협상안을 마련해 민주당과 막판 협상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수정안에는 박 전 대표가 제시한 안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범 원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안과 선진당안(김창수 의원 발의)을 적극 수렴해 미디어법 중재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문방위의 한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가 중재안으로 내놓은 종합편성PP(Program Provider)와 보도전문PP에 대기업과 신문의 참여를 30%로 제한하는 내용과 특정 미디어그룹의 전체 미디어 시장 점유율을 30%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중재안을 적극 수렴한 것은 직권상정시 친박의 도움 없이는 법안 처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반대표' 발언 이후 진의 파악에 힘쓰는 한편 박 전 대표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하더라도 보이콧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대표 중재안이 당 지도부로 하여금 진정성 있게 반영될 경우 직권상정에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 지도부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방침에는 대부분의 친박 의원들도 의견을 같이한다"면서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적대로 직권상정 후 진의와는 다르게 국민들로 하여금 오해를 살 부분이 있어 이를 사전에 해소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서되 '미디어법은 타협할 내용이 아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호도하기 위해 뛰어다닌 것은 민심을 왜곡하고 천심을 가리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법 합의처리를 재차 강조했다.

구동회/민지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