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처리 vs 저지' 정면돌파 재확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0일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한 운명의 담판을 벌인다.

특히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 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전날 발언은 여야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협상 이후에도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 지도부는 `박근혜 변수'를 의식하면서도 최종 담판을 앞두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미디어법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날치기 강압처리를 포기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극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여야는 지난해말부터 7개월여간 이전투구식으로 진행해온 미디어법 논쟁을 비로소 끝내게 된다.

민생 뒷전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로 한 채 정상화에 성큼 다가서는 것.
하지만 결렬이 최종 선언되면 정국은 혼미해질 전망이다.

강행처리와 결사저지를 각각 내세운 두 정당의 대충돌은 불가피해 보이며, 그야말로 `정치실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나아가 한나라당내에서는 미디어법 처리 결과에 따라 `박근혜 변수'가 새삼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디어법 처리 무산시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 발언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안단속에 주력하며 미디어법 처리의 진군을 이어갔고,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의 단식을 포함한 배수의 진으로 응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의 담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동시에 합의 불발에 대비해 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들 두 가지 과제 모두 `박근혜 변수'와 직결돼 있다.

대야(對野) 협상은 전날 오전에 비해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의 대안 제시를 촉구하는 등 유리한 고지에 위치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강행처리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대는 협상 입지를 상당부분 위축시켰다.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최대한 활용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협상에서 기존 수정안보다 한걸음 더 물러나 대기업.신문사의 방송 보유지분율 추가 하향조정,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 규제 등을 포함한 재수정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미디어법 처리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에게 한번 약속한 이상 초지일관 끝까지 어떻게든 이뤄내야 한다"며 처리 의지를 다졌다.

박 전 대표의 반대 발언으로 비상이 걸린 한나라당내에서는 `모래알 한나라당'을 재연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했다.

이는 미디어법 처리라는 당면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미디어법 대치 종료 이후 불어닥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는게 최우선"이라며 "만일 미디어법 처리가 무산될 경우 당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처리를 목전에 둔 분열상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박희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한번 더 가다듬어야 할 것은 단생산사(團生散死)로,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평범한 경구를 마음에 새겨가며 투쟁하자"며 단합을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 역시 "돌발사태나 정세균 대표의 단식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데 동요된다면 옳지 않다"고 마지막까지의 행동통일을 주문했다.

◇민주당 =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간 막판 담판을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은 채 협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서되 "미디어법은 타협할 내용이 아니다"라는 원칙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 발언에 따른 한나라당내 균열 조짐을 예의주시하며 내심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수정안이 `박근혜 중재안'을 상당부분 수용, 내분이 조기 정리되지 않을까 신경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경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지렛대로 삼아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을 막판까지 압박하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막고 호도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민심을 왜곡하고 천심을 가리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옹호'한 뒤 여야 협상에 대해 "내부 봉합을 위한 방편이라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추미애 의원도 "한나라당이 내부에서도 정돈 안된 법을 직권상정하려고 한다면 백주대낮에 민주주의를 찬탈하려는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직권상정 제도는 국회에서 추방되고 영원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협상 결렬시 한나라당이 곧바로 직권상정 수순밟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저지선 구축을 위한 방어체제 다지기에 주력했다.

특히 전날부터 시작된 정세균 대표의 단식농성에 이어 의원직 총사퇴 카드 등으로 배수의 진을 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 핵심 인사는 "가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통해 정 대표의 단식과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