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낙마하면서 수뇌부 공백 상태에 빠진 검찰이 15일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저녁 공직후보 사퇴서를 낸 뒤 휴가를 내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떠난 천 후보자는 이날 오후 법무부에 검사직 사직서마저 제출했다. 검찰총장을 비롯 대검찰청 차장,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 9석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자 검찰은 일손을 놓고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대검은 이날 오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한명관 기획조정부장 주재로 대검 검사장(부장) · 기획관 · 평검사들이 참여하는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가졌다. 조은석 대변인은 "비상 상황이라는 비장한 자세로 새 총장 부임 때까지 전국 일선 검찰이 흔들림없이 업무에 만전을 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의 사퇴로 지검장이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도 정병두 1차장검사가 직무대리 자격으로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인과의 금전거래 및 동반 해외 골프여행,청문회 거짓 증언 등으로 낙마하자 검찰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너무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직원들의 동요도 크고…"라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한 부장검사는 "자괴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침통함을 넘어 수뇌부에 대한 분노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후임 검찰총장 내정과 임명에 최소 1개월은 걸리는 만큼 법무부가 고검장 승진 인사만이라도 서둘러 지휘부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천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12기)나 선배 기수는 모두 용퇴해 고검장급 자리가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일상적인 사건이야 차장검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지만 검찰 조직처럼 지휘계통이 분명한 곳에서 주요 사건은 처리 방향을 결정해 줄 사람이 없어 한동안 공전될 듯하다"고 걱정했다.

한명관 기조부장(연수원 15기)이 직제상 총장 업무대행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한 대행보다 선배 기수인 13~14기가 대검 부장,법무부 국장 등을 맡고 있어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고검장뿐 아니라 검사장 · 부장검사급 인사가 줄줄이 예고된 상태에서 일선 검사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조기인사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해성/임도원 기자 ihs@hankyung.com